지난 (2006년 10월의 일이다) 목요일 내가 속해있는 나카시마 연구실에서 주관하는 큐슈대-전북대 심포지엄이 있었다. 서로 번갈아 가며 상대방의 학교를 찾아가 논문을 발표하는 자리인데 올해는 전북대 교수님들이 이곳으로 찾아오셨다. 목요일 오후에 심포지엄을 하고, 금요일에는 주변 관광을 한 후 토요일에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이라는 이유로 전북대 교수님들을 따라 관광을 하는 횡재를 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카라츠와 이마리는 후쿠오카현의 왼쪽에 위치한 사가현의 도시이다. JR을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관광지가 역에서 걷기에는 조금 멀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아마 한 평생 가보지 못하는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침 9시에 하카다역으로 가서 전북대 교수님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 카라츠로 향했다. 전북대에서 오신 교수님들 중에 마침 과까지 같은 동문 선배님이 계셔서 한 시간 남짓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카라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은 카라츠성이었다. 날씨가 맑아 경치가 더더욱 좋았다.
딱 봐도 전형적인 일본 성처럼 생겼다.
이제까지 일본을 여행하면서 2~3번 정도 성을 구경할 일이 있었지만, 입장료가 항상 400~500엔 정도 되었기 때문에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모든 것이 공짜였다. 학교에서 돈이 나오는지 연구실에서 돈이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성안으로 들어가자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겉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속이 생각보다 넓었다. 성은 총 5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중간에 이런저런 전시물을 전시해 놓았다.
언젠가 소년 명탐정 김전일에선가 그런 내용이 나왔던 것 같다. 처음 일본에 기독교가 전파되었을 때 사람들이 예수님이나 십자가를 모르니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하여 불상이나 불화에 십자가를 그려 넣었단다. 왠지 위의 전시물들을 보니 그것이 떠 올랐다
배가본드에도 등장했던 병기. 이름은 잘 모르겠다. 일본도와 저런 무기들을 보니 왠지 섬뜻했다. 100년 전만 해도 저것에 피가 묻어있었겠지 하는 생각에... 우리나라에서는 전시된 칼을 봐도 그런 생각이 든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여기서는 딱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저 일본의 갑옷은 볼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투구 앞에 달린 문양이 소속을 나타낸다고 한다. 일종의 부대 표지라고나 할까나. 정말 촌스런 우리 35사단의 마크를 붙여보고 싶다.
아무튼 전망대에 올라 밖을 내다보니 전망이 탁 트인 것이 보기에 좋았다.
성에서 내려와 조금 이동을 하여 이번에는 '히키야마 전시관'으로 갔다. 매월 11월 2, 3, 4일에 카라츠에서 하는 마쓰리에 사용하는 히키야마를 전시해 놓은 곳이라고 한다.
팸플릿을 읽어보니 '카라츠 쿤치 마쓰리'는 17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왔으며 현재는 일본의 중요한 민속 무형문화재라고 한다. 사진과 같은 히키야마 14대가 거리를 누비는 모습은 그야말로 박진감이 넘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저 히키야마들은 상당히 크긴 크다. 높이가 한 3~4m는 되는 것 같고, 무게는 5톤 정도라고 한다.
다음 주 주말도 역시나 별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저거나 보러 갈까 하는 생각 중이다(앞으로 옮겨 올 글에서 언급이 되지만 이 축제를 나중에 가게 된다. 같이 갈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혼자서. 여러 가지로 슬픈 경험이었다).
그다음에 간 곳은 점심식사를 위하여 간 식당. 카라츠와 이마리 사이에 위치한 카이슈라는 식당인데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곳 식당의 일인당 요금은 2500엔. 정말 열심히 먹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꽤나 유명한 식당인지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메뉴는 오징어회. 잡은 지 얼마 안 되는지 아직도 다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요 오징어는 투명한 게 우리나라에서 보던 오징어와 달랐다. 양은 적었지만 참 맛있었다. 회도 회이지만, 그것보다도 튀김이 더 맛있었다. 흔히 오징어의 머리라고 하는 부분은 회로 먹고 나머지 다리 부분은 곧바로 튀김으로 해서 가져다주는데 이것이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았다.
그다음 다시 차에 올라 한 시간 정도 가니 이마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자기 마을이라고 하길래 도자기 굽는 체험이라도 하나 했더니 그게 아니고 도자기 가게들이 엄청 모여있는 곳이었다. 차에서 처음 내려서 보니 경치가 너무나 좋았다.
관광은 도자기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식으로 이루어졌는데 들어가는 곳마다 도자기들이 너무 예뻤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매우 비쌌다.
눈요기만 실컷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경치도 좋았고, 날씨도 좋았고, 무엇보다 이 기회가 아니었으면 정말 못 왔을 곳이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에 교수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 이름이 왜 이만리(伊萬里, 이마리)가 되었냐면...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 도공들을 붙잡아다가 이곳에서 도자기를 만들게 했단다. 그런데 그 도공들이 고향 생각은 절실한데 고향은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 있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이곳 이름을 이만리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누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것 같기도 한 것 같고, 지어낸 이야기라면 지은이가 참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이날의 관광은 끝났다. 왠지 전혀 내용이 없는 관광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이날의 행사 한 가지가 더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신입 유학생 환영파티. 관광을 마치고 하카타역에 돌아온 이후부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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