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벌써부터 텔레비전을 준다는 사람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말이 나온 이후 서로 말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데다가 오랜만에 한다는 말이 '텔레비전 좀 주세요'라면 그들이 오히려 한국 사람은 정신상태를 도저히 알 수 없다는 소리를 할 것 같아서 말을 못 꺼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연구실의 또 다른 사람이 텔레비전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과연 이번에는 얼마 만에 텔레비전을 받아 올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 갑자기 오늘 텔레비전을 가져갈 수 있냐며 연구실의 후배에게 자동차로 좀 날라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아~ 아!! 고마워라!!!
그리하여 들고 온 텔레비전이 바로 사진의 텔레비전. 먼지가 좀 끼어있어서 걸레로 이곳저곳을 닦았다. 그리고 안테나가 잘 잡히지 않아 단자에 꽂을 안테나 케이블을 사고자 당장 밖으로 달려 나가 자전거의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우리나라에서 안테나 케이블이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망할 놈의 케이블이 무슨 780엔이나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중국제인데!! 그래도 공짜로 텔레비전을 얻었기 때문에 그 정도 투자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안테나 케이블을 연결하니 화면이 매우 깨끗하게 잘 나왔다. 방송에서는 마쓰자카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또 다른 방송에서는 나의 친구 구모 씨가 좋아하는 여자 배구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나의 멋진 텔레비전에는 비디오까지 함께 붙어있기 때문에 배구 관련 방송을 녹화해서 그 친구에게 전해주면 매우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우리 집에는 당연히 공테이프가 없었다.
아무튼 텔레비전이 생겨서 좋은 점은, 이제 더 이상 집에서 인터넷만 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라디오로만 듣던 CF를 텔레비전으로 보니 드디어 무슨 선전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은 일본 생활 10개월 동안 나의 멋진 친구가 되어줄 산요 TV, VCR 일체형 스테레오 텔레비전. 한국으로 돌아갈 때 더욱 깨끗이 닦아서 비싼 값에 팔아야지.
6개월 정도 후에 기숙사를 나오면서 TV를 처분한 것 같은데 어떻게 처분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돈을 받고 팔지는 않고 다른 한국 유학생에게 주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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