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이 지난 지금도 과연 큐슈대의 하코자키 캠퍼스가 남아있는지 모르겠어서 구글 맵으로 찾아보니 일부 건물을 남아있고 일부는 철거된 것 같다. 지도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큐슈대학은 현재 후쿠오카시 서쪽 이토캠퍼스로의 이전이 진행 중이다. 이전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까지 캠퍼스가 5개로 나뉘어 있어서 유기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둘째, 현재 사용하는 캠퍼스들이 너무 낙후되었으나 새로운 건물을 지을 공간이 부족하다.
셋째, 하코자키 캠퍼스가 후쿠오카 공항 근처에 위치하여 항공기 이착륙으로 인한 소음과 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넷째, 하코자키 캠퍼스는 법률상의 제한으로 고층의 건물을 짓지 못한다.
이런 다양한 이유로 넓고도 넓은 이토캠퍼스로 이전이 착착 진행 중인데, 일 년 동안 잠시 이곳을 지나쳐 갈 뿐인 나에게는 전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현재 하필 공학부만 이토캠퍼스로 이전이 완료되어 시내에 살고 싶은 나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나의 숙소가 주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이토캠퍼스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정말 이곳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후쿠오카시임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을 한번 가려고 해도 자전거로 15분 정도를 가야하며, 전철을 타려면 25분 정도는 가야 한다. 주변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공사가 한창이다.
그래도 유도부를 찾아가 같이 운동을 하는 덕에 벌써 롯폰마쓰 캠퍼스와 하코자키 캠퍼스를 두루 둘러보았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하코자키 캠퍼스 이야기.
사실 하코자키든 롯폰마쓰든 들어서는 순간 캠퍼스 이전만이 살 길 임을 알 수 있다. 큐슈대학도 근 100년이 다되어가는데 아마 거의 초창기부터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고 그대로 그때의 위치에서 그때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듯싶다. 고풍스러운 멋이 없지는 않지만 요즘 우리나라 대학들이 캠퍼스 가꾸기에 열심인 반면 이곳은 전혀 그런 것이 없어 그런 멋보다는 낙후되었다는 느낌만 받았다.
정문을 보는 순간 그 초라함에 말을 잃었다. 미국 유수의 대학들은 정문 따위가 아예 없다지만, 그래서 정문이 뭐가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곳도 차라리 없으면 모를까 정문이라고 있는 것이 정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공학부가 이전을 완료해버려서 그런지 이곳에 남아있는 공학부 건물들은 쓸쓸해 보였다. 지금은 완전히 새롭고도 넓은 건물에서 지내는 그들이 과연 이 조그마한 건물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이곳이 남쪽이라는 것을 자랑하려는 듯 당당하게 서 있는 야자수였다. 우리나라는 아마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보기 힘들 텐데 여기는 곳곳에 야자수가 서 있었다.
호기심에 이제는 사용하고 있지 않은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직은 해가 떨어지지도 않은 시각이었지만 뒤에서 귀신이라도 쫓아올 것 같아 무서웠다. 여고괴담 일본 편을 찍는다면 이곳이 바로 최적의 촬영 장소가 아닐까 싶다.
마침 화장실도 있어 들어가 보았다. 도대체 알 수 없는 것이 그곳에 있었다. 분명 수도꼭지 같은데 어떻게 트는 것인지 모르겠고, 분명 샤워기 같은데 과연 이곳에서 그것을 정말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런데 샤워기가 화장실 한가운데에 붙어있는 이유는 뭐지?
이날은 사실 운동을 가기 전에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잠시 둘러본 것이었다. 그래서 도서관이나 중앙식당 같은 곳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전의 필요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다음 주에는 화, 수요일에 이곳을 다시 한번 갈 예정이니 그때 한번 더 살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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