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일본에 왔으니 초밥을 먹어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곳 큐슈는 도쿄나 오사카와는 또 다르게 가격이 저렴한 초밥집이 눈에 잘 안 띄고 있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반응들이 별로인 것으로 보아 그렇게 괜찮은 곳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일본에 왔는데 초밥을 먹어는 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결국 지난주 일요일 혼자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회전초밥집을 찾아갔다.
그곳은 바로 100엔 스시 체인점인 시쟈쿠. 가게 이름은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가게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어서 맛도 있겠구나, 앗싸리 좋아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맛이 괜찮지 않고, 또 무엇보다 양이 적었다. 나는 10 접시 정도 먹으면 배부르지 않겠냐 생각을 했지만, 먹어도 먹어도 전혀 배가 불러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13 접시째 집어 들고는 여기서 배 채우다가는 가산이 탕진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시 큐슈는 초밥보다는 라면인가...
그리하여 그 이후부터 시내에 나가면 그냥 별 고민 없이 라면을 먹고 있다. 이곳의 라면은 맛도 괜찮지만 50~150엔만 더 내면 면을 한번 더 채워준다. 특히 앞에서도 말했던 나가하마 간소 라면의 경우에는 라면이 400엔에 카에다마(替玉 : 면 추가)가 50엔인데, 은근히 양이 많아 고생 좀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기름기가 많은 큐슈의 라면이 입에 안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나로서는 아주 괜찮다.
위의 사진은 앞에서도 한번 등장했던 나가하마 간소 라면. 가격에 비해 양이 많아 아주 좋다.
위의 사진은 라면집 다루마. 이곳 사람들이 다들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왠지 대단히 유명한 집인데 텐진 근처에 하나, 그리고 캐널시티 5층에 하나가 있다. 사실 더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벌써 두 군데를 모두 가보았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캐널시티 5층에서는 라면이 600엔, 면 추가가 150엔이라 조금은 비쌌다.
하지만 정작 맛있는 곳들은 역시 현지인들과 함께 가야 발견할 수 있다. 유도부에서 운동을 하고 운동이 끝나면 절반 정도가 함께 밥을 먹으러 가는데, 그때마다 매번 맛있고도 독특한 집으로 가고 있다. 한 번은 중화요리라고 써진 곳에 갔는데 글쎄, 그들도 간을 먹는 것이었다.
저거 참기름에다가 찍어서 먹으면 참으로 고소하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그들은 생으로는 거의 안 먹는다고 한다. 간 사시미가 있다고 듣긴 했는데 먹어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결국 저것이 요리가 되어 이렇게 나왔다.
처음에는 맛있었는데 2/3 이상 먹고 있으니 양이 너무 많아서 약간은 느끼했다. 김치나 뭔가 짠 것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는데... 아쉽다. 옆의 사람은 스부타(酢豚)라는 것을 먹고 있었는데 한 점 얻어먹어 보니 매우 맛있었다. 집에서 사전을 찾아보니 '스부타=탕수육'이라는데 우리나라 탕수육과는 전혀 달랐다. 다음번에 이곳을 가게 된다면 스부타를 한 번 먹어봐야지.
사실 오늘 정작 먹는 것에 대해서 쓴 이유는 이제부터 등장할 것을 소개하고 싶어서이다. 그것은 바로 카레. 일본 카레나 우리나라 카레나 비슷비슷하고 맛도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여행객이나 유학생들이 자주 먹는 바로 그 카레. 나도 요즘에 점심은 밥 중에서 가장 저렴한 카레를 주로 먹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지난 금요일에 그곳에서 만난 카레는 뭔가 달랐다.
운동이 끝나고 주장이 오늘은 무엇을 먹으러 갈까 하길래 누군가가 '카와'를 가자고 했다. 1학년생이랑 나랑은 아직 안 가봤기 때문에 가보는 게 어떨까라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모두들 경악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속으로 가격이 비싼 곳인가 생각했다. 모두들 계속 '오늘은 전혀 가고 싶지 않아!'라면서도 결국에는 그곳에 가고야 말았다.
메뉴판을 보니 이런저런 카레가 있었고, 크기에 대한 글이 있었다.
위에 보이는 대로 밥의 양을 1kg에서 250g까지 선택할 수 있지만, 가격은 똑같다! 주의해야 하는 것은 먹다가 남기면 벌금이 있다는 것이다.
밥 1kg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 되는 것인지 얼른 감이 잡히질 않았다. 쌀 1kg으로 밥을 지으면 밥 몇 kg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나라 국군 장병들의 일일 쌀 보급기준(하루 3끼 합쳐서)이 620g인 것을 보면 분명 밥 1kg의 양은 엄청난 것이리. 하지만 나는 그것을 만나기 전에는 그래도 다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드디어 그것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총 8명이 갔었는데, 우리의 밥이 나오는 것을 보자 뒤에 앉아있던 아가씨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은 분명 일본인들에게도 힘든 도전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되돌릴 수는 없었다.
솔직히 사진으로는 그렇게까지 충격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저것의 실체를 눈 앞에서 보면 정말 충격 그 자체이다. 저 카레 속에 숨어 있는 것은 분명 밥이 맞다.
저 힘들어하는 표정을 보라!!
진짜 저거 먹다가 죽을 번 했다. 먹어도 먹어도 양이 줄지 않았다. 카레의 양에 비해 밥의 양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는 거의 맨밥이었다. 정말, 진짜 각고의 노력 끝에 저것을 다 먹어 낼 수 있었다.
당시에 아무것도 모르고 돈가스 카레를 시켰다. 그래도 그냥 카레만 먹기에는 심심할 것 같아서. 1/3을 채 먹기도 전에 왜 돈가스 카레를 시켰을까 무척이나 후회했다. 그리고 위의 사진에 얼굴이 등장한 친구는 나중에 우리 와이프랑도 한국과 일본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와이프는 그를 아주 조용히, 그렇지만 엄청나게 많이 먹는 친구로 기억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 왜 이렇게 오기 싫어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다들 이곳에 한 번 오면 한 달 정도 카레를 안 먹게 된다고 하는데 나도 이날로 카레가 싫어졌다. 대단한 점은 총 8명 중에서 1학년생 한 명 빼고 모두들 저것을 다 먹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슬픈 사실은 저렇게 먹고도 다음날 아침 또다시 배가 고팠다. 하지만 어제 운동이 끝나고 체중을 재보니 어느새 3kg 정도 살이 빠져있었다. 아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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