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적응 훈련 - Vintage Writings

지난주 카라츠의 히키야마 전시관에 들렸을 때 (2006년) 11월 2일부터 4일까지 그곳에서 카라츠 쿤치 마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찾아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마침 이곳은 오늘(11월 3일)이 휴일이라 금, 토, 일 연휴이고 어디든 관광을 가볼까 하는 마음에 머나먼 길을 떠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번 주 초부터 주말에 어디를 갈 것인지 상당히 고민을 했다. 아는 형이 있는 오사카 지방에 2박 3일로 놀러 갈까, 아니면 큐슈지역을 좀 돌아다녀 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운동이나 할까. 결국 오사카는 아직 시기가 아닌 것 같아서 큐슈지역 구경을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오늘은 카라츠 구경, 내일은 운동하고 잠깐 시내 외출, 그리고 대망의 일요일은 나가사키로. 일단 계획은 이런데 일요일에 나가사키를 갈지 안 갈지는 아직 반반이다. 교통비가 왕복 4500엔이기 때문에 조금 고민 중이다(기억이 없는 것을 보니 안 갔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로 오늘 카라츠 쿤치 축제를 보러 갔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보면 일본의 마쓰리라는 것이 그것에 참가하지 않는 이상 생각보다 박진감도 없고, 별로 할 것도 없다. 그래서 이것을 혼자 보러 가는 것이 과연 뻘짓이 되지 않을지 많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어제부터 축제를 한다고 텔레비전에서도 조금씩 나오고, 이 축제가 나라에서 지정한 중요 무형 민속문화재라길래 가보자고 마음을 굳혔다.

 

 

 

 

집에서 또다시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역에 도착하여 카라츠행 전철을 탔다. 차비는 편도가 720엔. 매번 후쿠오카 시내로만 전철을 탔는데 반대편 전철을 타 보기는 처음이었다. 한 50분을 달려 카라츠 역에 도착을 했다. 카라츠 역에 내리니 사람들도 많았고, 이곳저곳에 포장마차들이 있어서 마쓰리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팸플릿을 보니 3시 반부터 도로를 따라 히키야마들이 순회공연을 한다고 했다. 어느 자리가 좋을까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히키야마가 보였다.

 

 

그래. 뭔가 재밌어 보이는군. 이번에는 자리를 잡고 히키야마(사람들이 축제에서 끌고 다니는 조형물들을 말함)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총 14대의 히키야마라는데 과연 어떨까 기대가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사진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사진이 너무 많아서 일부만 옮겼다).

 

 

드디어 첫번째 히키야마의 등장

 

 

앞에 가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에이야~ 에이야~'를 외치고 뒤에 있는 애들이 계속 피리를 분다. 이게 뭔짓인가 싶다.

 

히키야마가 매우 무거운지 많은 사람들이 들러붙어서 끌고 다녔다.

 

잠시 멈추어 섰다가 출발하는 그들. 암내가 장난이 아니었다

 

가장 귀여운 타이(=도미).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는 도미가 매우 비싼 생선이라는데..

 

구경하는 동네 아저씨들. 아는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손 흔들고 그랬다.

 

히키야마가 10대 정도 지나갔을 때 불현듯 떠올라 히키야마 한대에 매달린 사람 수를 세어 봤다. 앞에서 끄는 사람이 160여 명은 충분히 되는 것 같았고, 히키야마에 탄 사람, 뒤에서 미는 사람을 생각하면 적어도 200명이 넘을 것 같다. 200명 곱하기 14대 하면 2800명. 이 카라츠라는 시가 얼마나 큰 도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동네의 모든 가족들 중 한 명 정도가 여기에 참가한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3일간 계속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오늘은 히키야마가 노숙을 한다. 보통은 박물관에 전시되니 아마 일 년에 딱 이틀 노숙을 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도 영화나 만화에서 많이 보던 장면. 다들 돈 내고 줄을 당기고 있었다.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하기 짝이 없다. 5대의 히키야마가 지나갈 때까지는 신기해서 사진도 많이 찍고 했지만, 끝없이 지나가기만 하는 히키야마들이 나중에는 은근히 지루했다. 정말 일본의 축제는 참가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보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르겠다.

 

이곳에 구경온 양키들은 웬만하면 일본인 안내인과 함께 다녀서 내가 하지 못한 이런저런 경험과 구경을 할 수 있었을 지도. 뭐, 내가 양키나 후랑스 사람과 같은 양놈이 아닌 이상에야 이제부터 웬만하면 마쓰리는 보지 말아야지.

 

하지만 또 모르겠다.

 

지난번처럼 마음에 맞는 친구와 구경을 왔다면 조금은 더 재밌지 않았을까. 혼자서 사람이 너무 많은 장소를 지나는 것은 오히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아서 좋기도 하지만 이런 날은 역시 친구들과 뭐라도 사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글 쓴 날짜를 보니 딱 14년 전의 일이다. 그러고 보면 혼자서 저런 곳에 왜 갔나 싶다. 당시에는 일본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정말 아는 사람도 없고 저런 곳에 같이 갈 사람도 단 한 명 없었다(특히 공대만 이전을 해서 정말 주변에 아무도 없었음). 왠지 슬프다.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